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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난 튀긴 피자...라빠스뗄라. [2]
첫거래인데도 불구하고 '맛과 향기'의 두분이 준비를 제대로 해주셨더라구요.
1. 우선 튀겨놓은 상태의 제품 몇가지.
2. 튀기기 전의 제품 인데 속이 들어있는 밀가루반죽상태 몇가지.
3. 튀기기 전의 제품인데 속이 텅 비어있는 밀가루반죽 상태 몇가지.
들을 충분히 가지고 오셨습니다.
미리 튀겨놓은 상태로 가지고 온 것들은 이미 시간이 지나서 색감도 칙칙해졌으나
속만 사용하기위해서 겉은 쪼개어 버리고 속만 걸러내었습니다.
가지고오신 튀기기전의 제품들은 속이 들어있는것과 속이 없는것을 그자리에서
튀겨보았습니다.
속이 들어있는것도 나쁘지않았지만 속이 비어있는것들은 튀겨지니까
속도 없으면서 복어처럼 배가 둥그렇게 부풀어오르더라구요.
아까 걸러내었던 속을 리메이크(?)하기 위해 속재료를 파악하려했습니다.
쇠고기, 양파, 피망, 모짜렐라 치즈, 토핑햄(페퍼로니)...
피자에 들어가는 토핑물이라고 생각하면 되긴하는데 튀겨지면서 야채의 제
색감은 거의 칙칙하게 없어져버리기때문에 따로 야채들을 색감을 살리도록 살짝
볶아서 아까 걸러낸 반죽에다 섞었습니다.
그리고 약간 붉으스름하고 찐득한 느낌을 주기위해서 토마토 소스를 조금
섞었습니다.
그렇게 만든 속으로 바람빵처럼 부푼 튀김 반죽을 잘라내서 속을 채웁니다.
빈 튀김을 잘라내는 과정에서 자꾸 부서지는 바람에 절단이 쉽진않았지만 오히려
칼로 자른듯 너무 반듯하게 잘려진 모양보다는 조금 자연스럽게 부서진듯한
모양이 더 나아보이더군요.
음식에 따라 어떤 스타일이 더 잘어울릴지 판단하는것도 코디네이터의 몫이랍니다.
비단 음식에 따라서만이 아니라 거래처의 생각을 파악하는것도 마찬가지구요.
같은 음식을 놓는데에 제가 정성을 들여서 정돈된 듯 놓으면 어떤 분들은
" 너무 인위적인거 같은데...전 실재와 비슷하게 보여지는게 더 맛있게 느껴져요."
라고 하는 경우도 있고, 또 제판단으로 자연스러운게 더 낫겠다 생각이 들어서
그냥 섞인 듯이 셋팅을 하면, 거래처분은
'이사람 음식 코디 맞아? 뭘이리 막 놓아?'하는 표정으로 쳐다볼 수도 있습니다.
그 선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음식을 놓을때에 항상 애를 먹기 마련이지만,
방법은 우선 소신껏 놓는거지요.
암튼 사람마다 취향은 제각각이니까 먼저 자신의 맘에 들도록 놓아보고 업주에게
보여드려서 반응을 살펴보고 웬지 불만족한 느낌이 들어보일때
" 다른 방법으로 담아볼까요?"하고 여쭈어보는 수밖엔 없습니다.
하지만 이방법도 그다지 좋다고 말씀드리고 싶진않습니다.
저역시 1년 전 까지만 해도 이런 식의 코디였으나...
이제 자신이 좀 붙은 코디네이터라면 먼저 소신껏 놓은 후
설득시킬 수 있어야겠지요. ^^;
다시 라빠스뗄라로 돌아와서.
아까 첫번째 시안대로 고급 레스토랑 분위기를 내기 위해
뒷배경을 와인바스켓에 담긴 와인과 글라스..커트러리로 장식하고 가운데에
넓은 타원형의 금테둘린 레녹스(집에서 잠깐 빌려온!) 접시에다가 초록색 양상치,
치커리, 래디시로 장식한 샐러드를 삐쭉삐죽하게 잘라서 담고 맨 위에 아까 손질한 네모 피자를 속이 보여지도록 절단시킨뒤 (잘라놓고 속을 채운게 사실이죠)조금씩 겹쳐서 올려놓았는데 이 덩어리들이 제 생각보단 큰 편이라서 샐러드 위에 치킨튀김 올리듯이 자연스러워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우선 이렇게 한 컷을 찍은 후에
뒷배경은 그대로 놔두고 접시 안의 셋팅을 스테이크 식으로 바꾸어 보려고
샐러드를 조금만 모아서 접시 뒷쪽으로 밀고 앞에 네모피자 절단면으로 가지런히
놓아서 토마토 소스를 얹어보았습니다. 토마토소스와 함께 파마산 치즈가루를 뿌려보았는데 먹음직스런 연출이 된 듯싶었습니다.^^
음...두번째 방법이 오히려 더 어울리긴 하더군요.
두번째 시안에서 접시는 나무받침이 있는 철판으로 바뀝니다.
이때는 호프집을 연상시키는 방향으로 가려했습니다.
맥주로 셋팅하는 것도 나쁘지않았으나 민실장님의 주장이 커피원두로
western하게 꾸며보자는 의견을 내셔서 주변연출을 커피가는 기계가 살짝
비치도록 하고 체크무늬의 천이 앞쪽에서 나오게 했습니다.
철판에 들어가는 가니시 야채는 초록색 야채보다 익혀먹을 수 있는 야채라야 할
것같아서 감자으깬것과 버섯과 옥수수, 노란 할리피뇨고추를 놓았습니다.
(가운데가 높고 아래쪽이 낮아야 조금씩이라도 보여질테니까
할리피뇨->옥수수-> 감자->버섯 순으로 점차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게
담았습니다.)
가운데 들어가는 주인공 네모피자는 조각도 두조각만 쪼갠듯 놓아서 이번엔
과감하게 속이 넘쳐 흘러나오는 식으로 담아보았습니다. 그 위에 파슬리가루를
뿌리는 것으로 마무리를 하구요.
세번째는 좀더 단가를 낮추기위해 가볍게 연출해달라는 '맛과 향기' 업체분의
요청이 들어와서 연갈색의 그라데이션이 된 접시에조각나지 않은 상태의 것을
하나 올려놓고 절단이 되어있는 상태의 것을 포개어 놓아서 레몬과 체리토마토와
허브잎으로 간단한 장식을 해서 제품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줄 목적의 사진을
한 컷 찍었습니다.
촬영하신 민실장님의 의견과 '맛과 향기'에서 중간에 이 음식에 대한 컨셉이 조금
낮은 단가로 보여지길 원하시는 바람에 처음에 제가 낸 시안과 조금 다른 사진들이
되긴 했지만 어쨌거나 상담시에 스케치한 것들이 밑바탕이 되었기때문에 작업이
수월했던거 같아서 나름대로 만족한 사진을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런 식으로 충분한 생각과 검토 후 촬영에 임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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