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부터 '식품저널'이란 잡지의 표지사진을 우리회사 촬영팀에게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이제까지 우리의 주 업무가 외식업체의 메뉴위주의 촬영만을 해 왔기때문에 그
업체의 방식에 맞게끔 꾸며야하는 식의 제약도 많았고 항상 메뉴를 중심으로 한
촬영방식에 식상하기까지 했었는데요..
이런 잡지의 표지촬영을 한다는 건 전적으로 코디네이터의 창의성을
요하기때문에 다소 어려울거라 생각은 들어도 재미있는 작업이 될 것 같고
실험적이고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작품이 나올것같아서 하고나면 우리 모두에게
뿌듯하게 남는 일이 될거라 여겨졌습니다.
6월달엔 시간땜에 굳이 촬영을 할 수 없었고 우선 전에 우리가 자료삼아 촬영해
놨었던 아이스티,커피를 바닷가분위기로 연출한 이미지사진을 넘겨드렸었는데요,
7월달은 이과장님께서 이육사의 '내고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계절'의
싯구를 인용하여 꾸며보자는 제안을 하셔서 여러가지 방안을 내본 끝에
소쿠리에 청포도를 가득담고 소쿠리엔 덩굴잎을 달고 또 뭔가 힘이 느껴질만한
꺼리는...?하다가 물을 뿌려서 시원하게 연출하자는 의견으로 좁혀졌답니다.
우선 위에서 물을 붓더라도 물바다가 되면 클나니깐 김치담글때나 쓰는 큼지막한
플라스틱 양푼(일명 다라이~)을 철물점에서 구입해서 놓고 양푼 가운데에
기둥을 하나 고정시켜서 그 위에 각도를 45도 정도로 눕힌 소쿠리를 또
고정시켰습니다.(물론 고정시키는 건 억지로 무리를 시켜서 소쿠리에 구멍을
내기도 하고 테잎도 겹겹이 붙이는 등의 쉽지않은 작업였죠. 청포도 무게를
못이기면 안돼니까 단단히 해야했답니다.)
소쿠리에 청포도를 담기전에 철물점에서 양푼과 함께 산 큰 물조리에 물을 받아
앵글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시험삼아 뿌려보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많은 구멍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 같더군요. 그래서 머리를 짜내어 물조리개 끝의 물구멍에
군데군데를 이쑤시게를 이용하여 막았습니다. 수압땜에 튕겨나갈것 같아서
최대한 단단히 막아야했죠.
그리고 나서 물을 부어보니 적당해졌고 청포도를 소쿠리에 그득히 담고나서
뒷배경은 전에 남는 시간을 이용하여 과장님께서 초록과 옅은 노랑의 붓터치를
해서 만들어 놓았던 판을 벽에 붙였답니다.
핀아웃이 되서 색들이 어우러지면 예쁠것 같더군요.
포도에 물만 뿌리는 것이 또 웬지 허전한 느낌이 들어서 청포도 알이 물때문에
튕겨져 나가는 것처럼 보여볼까 해서 촬영하는 즉시 청포도 알을 던져보자했는데
그것이 카메라의 순간적인 셔터에 잡히는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더군요.
몇십차례의 포도알 던지기와 몇십차례의 셔터를 눌러댔으나 참으로 앵글에
그것들이 잡히기가 어려워서 결국 택한 방법은 셔터가 터질때 던지는 건
마찬가지지만 앵글 밖의 위쪽에 청포도 알 몇개는 실로 매달아놓는 트릭을
사용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촬영을 한 결과 생각한 것과 가깝게 사진이 나오긴 했으나 실은
완전히 만족하진 못했죠. 그 다음날도 여전히 같은 방법으로 한 번 더 촬영을
했었구요. 모두 물이 옷에 튀어서 쫄딱 젖고 힘도 들었지만 고생 끝에 낙이라고
식품저널에서 필름을 받으러 오신 차장님은 만족하셨답니다.
